운동 갔다 왔더니 코드가 에러 나서 멈춰있는거 보고 혈압 올라서 시발시발 거리면서 디버깅하다 쓰는 일기.
날씨가 많이 시원해졌다. 금요일에 비가 그렇게 오더니 그 날 저녁부터 살짝 쌀쌀해지더라. 덕분에 반팔을 벗어나서 후드티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토요일에는 훈련소 동기 몇몇을 봤다. 수료한지 10일도 안 돼서 다시 본 거였지만 사회에서 보니 퍽 반갑다. 물론 다들 모자를 푹 눌러쓰고 나왔지만 말이지. 저녁 메뉴를 양꼬치로 정했기에 연맥 (연태고량주+맥주) 조져야지 했는데 연맥이 뭔지 아무도 모른다는데서 1차 충격을 받았다. 뭐 연대에서 우유랑 빵도 냈으니 맥주도 냈나보다 했단다. 하지만 다들 맛있게 먹었다.

주말에도 출근한 승호가 조금 늦게 합류한 것도 있고, 다들 술을 더 마시고 싶어하는 분위기여서 2차로 오뎅포차를 갔다. 신논현에 사실 아는 곳이라곤 거기밖에 없는데 ― 작년 통제회 모임 때 갔던 곳이라 기억한다 ― 그 때 꽤 괜찮았던 기억이 있어서 데리고 갔다. 오뎅세트 하나 시키고 새로로 시작했다가, 도쿠리 온사케를 마신 다음 대통주로 마무리했다. 애들이 술을 많이 모르는건지 내가 주종을 다양하게 아는건지 모르겠는데 다들 새로 뒤의 술들은 모른다고 해서 어째 술꾼이 된 기분이었다. 날씨가 비 오기 전같았으면 절대 오뎅포차에 들어가자는 말은 안 했을텐데, 그래도 많이 선선해져서 퍽 좋은 선택지였다.
3차를 가고 싶었긴 한데 다들 배부름+승호의 막차 시간 이슈 등등으로 2차에서 쫑내고 집에 왔다. 생각보다 일찍, 가볍게 끝나서 살짝 아쉽다는 생각이 든 거 보니 그 친구들이 조금은 마음에 든 것 같기도 하고 말이지.
저번 일기에도 썼듯이 요새 송소희의 '달무리'를 많이 듣고 있는데, 한 곡만 무한재생하다가 요즘은 유튜브 뮤직의 알고리즘에 귀를 맡겨놓고 있다. 옌 (YEN)이라는 분이 커버한 '시대를 초월한 마음'이나 안예은과 우예린의 '백유화'처럼 이전부터 많이 듣던 노래도 나왔지만, 조승우의 '꽃이 피고 지듯이'나 웬디의 'Noblesse'처럼 새로 알게 된 노래들도 퍽 있었다. '꽃이 피고 지듯이'는 들을 때는 그냥 좋다 정도였는데, 혼자 코노 가서 부르고 있으려니 뭔가 눈물이 났다. 노래 부를 때 퍽 안 좋은 습관인데 말이지. 웬디의 'Noblesse'는 처음에 그냥 듣고 있을 때 와 노래 되게 좋네 했는데 메이플M OST인거 알고 살짝 식었다...만 그래도 노래는 좋다. 노래방에는 없겠지?
멘탈적인 부분에 대해서라면, 이전보다 살짝 좋아진 것 같다가도 나빠지기도 하고 한다. 그래도 오늘은 저번 일기 쓸 때만큼의 감정폭 변화는 없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인 것 같기도. 훈련소 다녀오기 전의 일기에도 흘려써놨지만, 그런 우울감 같은 것들에 무뎌진 것 같다고 해야할지. 우울한 기분이 들어도 그러려니 하는 상태가 된 것 같다. 좋은 일인지는 글쎄. 그냥 오늘은 날씨도 좋고 하니 한강까지 바람 쐴 겸 산책이나 다녀올까 싶긴 하다. 돌이켜보면, 코로나 전에는 과 애들 몇몇하고 따릉이 타고 한강도 종종 가고 그랬는데 말이지. 그 때가 그리운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아쉬운 느낌은 든다.
사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나를 우울하거나 불안하게 할만한 요소는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어쩌면 떠올리기 전에 생각을 놔버리는 걸지도 모르고. 다만 훈련소에 있을 땐 마음 되게 편했던 것 같은데 말이지. 이런 소리 하면 살짝 정신 나간 놈처럼 볼 사람들도 있겠지만, 훈련소에 있던 시절이 조금은 그립기도 하다.
훈련소에서 자필로 일기를 썼던 걸 타이핑으로 다시 옮기는 과정이 퍽 힘들긴 했어도 지나간 일들을 회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꽤 괜찮았던 것 같다. 글을 적는 것 자체도 흥미로운 일이고. 그렇지만 자필로 쓴 일기를 집이든 연구실에서든 누군가가 보게 되는 일이 생기지 말았으면 좋겠어서 아쉬운 생각에 그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일기 마무리하고 다시 디버깅하러 가야지 ㅅㅂ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그간의 일들 (0) | 2025.06.21 |
|---|---|
| 2024.09.29 (0) | 2024.09.30 |
| 2024.09.19 (0) | 2024.09.20 |
| [훈련소 일기 3주차] 2024.09.05 - 2024.09.12 (4) | 2024.09.17 |
| [훈련소 일기 2주차] 2024.08.29 - 2024.09.04 (1) | 2024.09.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