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그간의 일들

칠프밍 2025. 6. 21. 03:46

0.

일기를 안 쓴지 이렇게 오래 됐을 줄은 몰랐다. 한 3~4달 안 쓴 줄 알았는데 아홉 달이나 지났다니.

오랜만에 일기를 다시 쓰기 시작한 김에 형식도 좀 바꿔서 써보려고 한다. 솔직히 구분선 넣는 거 귀찮아.

 

사실 그동안 일기를 완전히 완전히 안 쓴 건 아니다. 내가 일기를 썼던 창구는 지금까지 총 3개가 있다. 여기 티스토리 말고도 정말 우울할 때 속풀이로 한두 줄 쓰는 인스타 비밀 계정도 있고, 제안심사 직전이었던 작년 11월 말에는 아무래도 길게 일기 쓰기가 좀 번거로운 감이 있어서 핸드폰 일기 어플 중 하나인 '꼬박일기'라는 어플을 썼었다. 생각날 때마다 가볍게 쓸 수 있었어서 좋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방 안 쓰게 됐지만), 그래서 그런지 여기 쓰는 일기보다 분위기가 퍽 가볍다. 덕분에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복기하기 그나마 좋을 것 같다.

 

1.

(이미 본심사까지 다 끝나고 졸업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지만) 10월~11월에는 제안심사 준비때문에 정말정말 정신이 없었다. 위에서 말했던 핸드폰 어플에 남아있는 일기를 보니 뭐 '이런 메일 받을 때마다 진짜 죽어버리고 싶다'는 둥 '스트레스 때문에 영 잠을 못 잤다'는 둥... 선배의 본심사 날짜와 제안심사 날짜를 맞추려다보니 제안심사인데도 굉장히 빠른 11월 25일에 심사를 보게 됐었더랬다. 어찌어찌 제안심사가 지나가고 시간이 지나서 2025년이 되었다. 서른 살이 되었다는 말이지. 물론 이제는 안 쓰는 세는 나이 기준이지만, 그게 더 편한 옛날 사람이니까 뭐. 한 스물넷? 다섯? 쯤부터 '서른 살에는 뭘 하고 있을까?', '서른 살이 되는 건 어떤 느낌일까?'라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막상 스물아홉쯤이었던 작년이나 서른이 된 올해에는 정말 별 느낌 없다고 생각하는데, 최근 들어 보면 또 만만하게 볼 일은 아니다. 아무튼, 슬프게도 내 서른은 아픈 겨울로 시작해야 했다.

 

연로친에 대한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어떻게 써야할 지 몰라서 며칠째  계속 썼다 지웠다 머뭇거렸다 키보드를 두들기다 하는 건 덤이다). 어쩌면 당연한 얘기다. 2022년부터 3년이 넘는 시간을 있으면서 일궜던, 아니 함께 자랐던 모임이니 말이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친해지는 과정에서 로아를 하고자 하는 마지막 끈이 되기도 하고, 현실에서도 이래저래 정서적으로 많이 의존했던 것 같기도 하다. 다만 그게 날이 갈수록 심해졌던 걸까, 작년 여름쯤부터 연로친 사람들과 모임 자체에 대한 나의 마음은 하루하루 안전바 없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만 같았다. 정말 행복했다가, 실망을 가득 삼켰다가, 내 부족으로 돌리며 자책했다가, 작은 모임에 다시 즐거워했다가─ 그런 일들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작년 훈련소 가기 직전의 일이 터졌고, 그 시점부터 서운한 일들을 가득가득 삼키기 시작했다.

 

수료 이후 많은 일들이 있었다. MT를 다녀오는 등의 즐거운 이야기도 있었지만, 사람들 한 명 한 명한테 서운한 일들도 그에 비례해서, 아니 그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쌓여갔던 것 같다. 그렇지만 각각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졸업때문에 바쁘셔서 그러니 졸업하신 뒤에는 괜찮을거야, 내가 적극적으로 레이드 가자고 모으면 그래도 예전처럼 다같이 레이드를 갈거야, 같은─ 사람들에 대한 미련을 못 내려놓다가, 1월 말 결국 그간의 서운함을 감당하지 못하고 연로친을 나갔다. 그 때의 내 생각은 '모임을 미워하더라도 사람을 미워하게 되지는 말자'였다. 그만큼 사람들한테 서운한게 쌓여있었으니 말이야. 그리고 그 때 내가 연로친에 느꼈던 서운한 점들─나는 문제점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해결될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개인의 구성원들을 좋아했기 때문에, 연로친을 나가고 나서도 종종 사람들을 만나곤 했다. 4월 말쯤부터 연로친에 손님으로 다시 들어가기 시작했고, 5월 중순쯤이었던가… 맹햄이 슬쩍 관리자 권한을 복구한 걸 묵과하면서 잠정적으로 연로친에 복귀했었다. 본심이 끝나자마자 부스 운영에 참여했고, 레이드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사람들과 만나고─

 

2.

1월 말, 연로친을 나간 뒤로 정말, 정말 정신적으로 힘들게 지냈다. 졸업에 대한 압박은 계속되는 와중에, 사람들에 대한 실망감과 분노, 그런 감정을 느끼는 나에 대한 자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들을 좋아하는 나. 기포처럼 올라왔던 생각들을 '이건 기포같은 감정이다'라고 스스로 되뇌여야 했고, 예비심사를 앞뒀을 때는 캠퍼스에 있는 나무 하나하나를 보면서 '저 나무는 어디쯤에 줄을 걸면 되겠네', '저 나무는 줄을 걸기엔 너무 약해보이네' 따위의 생각을 하는 내 모습에 놀랄 때도 있었다 (졸업에 대한 부담이 그만큼 심했기도 하다). 그러다가 어찌어찌 사람들과 연락하면서 어느 정도 안정이 되고, 부스 준비를 도와주는 등 연로친에 돌아가면서 다시 좀 즐거웠던 것 같다.

 

그렇지만 1월달에 생각했던 것처럼, 내가 생각했던 '문제'들은 결국 거의 조금도 해결되지 못했다. 게다가 로스트아크 자체에 대한 재미나 인식도 나락을 가버리면서 연로친 내의 '나의 문제' 역시 심화되어 갔다. 그러던 와중에 기폭제가 될 일이 생겼고, 그래서 나는 다시 연로친을 나왔다.

 

3.

본심사 일주일 전 심사위원 분들께 보낼 학위논문을 마무리하면서, 감사의 글에 "또한 정서적으로 너무나 든든한 의지가 되어준 연세대 로아 친구들 여러분에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라는 말을 담았더랬다. 이 일기를 쓰기 위해 기존 일기들을 읽어보면서도 다시금 느낀 사실이기도 하다. 그래서 기폭 스위치가 눌렸을 때도 정말 많은 생각들을 했다. 그렇지만 결국 내가 남아있어봤자 나한테도, 거기에도 좋을 게 없다는 결론이 났고, 그래서 결국 나가기로 결심을 굳혔다. 사실 많이 화가 났었기도 하고. 그 주 주말에 세렌님, 예삐님, 현욱님이랑 야구를 보러 가기로 했었는데 그것도 알아서 하라고 나가버리고, 내가 만들었던 밥집탐방팟도 나가고, 이달 말에 입대하는 프리미어님을 위한 송별회도 캔슬하고 말이지 (심지어 이건 내가 나간 그 당일에 내가 잡은 거였다).

 

세렌님한테 디코 전화가 왔었다 (기폭제는 아니었지만 도화선에 기름 부은 사람이긴 했다). 당연히 안 받았다. 받아서 무슨 말을 하겠어. 그러자 디엠이 왔다. 자기랑 연 끊을거면 답장 안 해도 된다고. 덜컥 겁이 났다. 그 상황에서도, 연을 끊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꽤 오랜 시간 디엠을 주고 받았고, 결과적으로는 나도 어느 정도 마음이 풀어지긴 했던 것 같다. 야구도 재밌게 보고 오긴 했다. 세렌님에 대해서는 고마운 일이 참 많다. 그래서 무서운 것도 많고. 이건 나중에 다시 쓰던가 해야지…

 

어찌 됐든, 연로친에 다시 돌아가진 않을 것 같다. 애초에 다른 사람들이 '쟤는 툭하면 나가네'라고 생각할 걸 감수하고 나온 거기도 하고, 돌아가봤자 결론은 똑같다는 것도 이번에 깨달았으니 말이지. 그렇지만 역시 힘들긴 하다. 적고 싶은 말들이 분명 훨씬 많았는데, 역시 쓰다 보니 쉽지 않군. 내일은 선배 결혼식 일기로 오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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